부안역사/문화기행

[전북일보]〈부안이야기〉 펴내는 '부안역사문화연구소

by 부안이야기 posted Jun 22, 2016

[문화&공감] 〈부안이야기〉 펴내는 '부안역사문화연구소

'지역 역사·문화·삶, 문자로 쓰고 책으로 엮다?

 

기고 | desk@jjan.kr / 최종수정 : 2016.06.13 23:49:47

▲ ‘부안역사문화연구소’ 사람들이 〈부안이야기〉 편집회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이규보의 시에 “변산은 예로부터 천부(天府)로 불리면서 좋은 재목 가려 동량으로 쓴다”고 하였다. 산천과 물산이 풍부해 사람 살기에 좋아 ‘생거부안’이라 했다. 변산은 부안의 상징적인 이름이다. 대항리패총이나 구암리고인돌 등 선사시대 흔적들부터 시작해 역사시대 인간의 오랜 생활사를 간직하고 있는 부안, 그러나 기록되고 기억되지 않으면 그 역사마저도 사라져버릴 터, 부안의 역사문화 혹은 부안 사람들의 생활사를 소중하게 이야기하고 남기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부안역사문화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주된 사업이 반년간 잡지 <부안이야기>를 발간하는 일이다. 모여든 이들의 면면이 부안의 역사문화에만 일상적으로 매달리지 못하는 생활인들인지라 타박타박 걸어왔다. 그렇게 8년째 켜켜이 쌓아진 게 벌써 열네권째, 2009년 겨울에 창간호를 선보이더니만 어영그영 이번 6월에 통권 제14호를 내놓는다. ‘부안땅, 부안사람 이야기’라는 표제어를 내세운 그 이야기들이 제법 두툼해졌다.

치과의사가 발행인

애초 사람들은 부안의 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나 2003년 부안 핵폐기장 싸움이 계기가 되어 시야를 역사와 생태, 생활사 등으로 넓혀 왔고, 그러다 의기투합해 연구소를 만들었으며, 곧장 부안지역의 삶을 담은 <부안 이야기>를 펴내게 되었다. 발행인은 생뚱맞게도 치과의사 신영근 원장이다. 백산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올해 퇴직한 정재철 선생, 부안여고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김중기 선생, 지역의 사진작가인 허철희 선생, 그리고 또다른 치과의사인 서융 원장과 김상훈 원장 등이 함께 한다. 지난 겨울에 부안역사문화연구소 총서 1호로 <사진으로 보는 해방전 부안풍경>을 낸 정재철 선생의 말이다.

“부안의 역사문화를 현장 중심으로 연구하고 정리한다는, 전문가만 있어도 안되기에 여러 사람들이 더불어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부안에 애정과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이죠.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서로 내거다 하는 자부심을 갖고 부안의 역사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협동적 상호작용’이랄까, 서로 보완적으로 참여하죠. 우리가 하는 일에 잡음이 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고문서 전문가·사진작가 참여

부안 사람이 아닌 외지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과의 전경목 교수, 국가기록원의 김병남 학예연구사 등이 이들이다. 부안이 좋아 부안에 자주 들락거리는 전 교수는 고문서 전문가다. 2년여 전에는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를, 2001년에는 우반동 부안 김씨 고문서를 끄집어내 전라문화 총서로 <우반동과 우반동 김씨의 역사>를 썼다.

사진작가 허철희 선생은 변산면 마포학교에 있는 부안생태문화활력소 대표이면서 인터넷신문 ‘부안21’을 운영하고 있다. 20년 동안 부안지역의 사진작업에 몰두해온 터라 산들바다 생태, 사람의 생활사, 역사와 문화, 새만금 갯벌 및 핵폐기장 반대투쟁 기록 등 부안지역의 사진자료로 치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방대한 양을 축적해놓고 있다. <새만금 갯벌에 기댄 삶>, <허철희 사진집>, <변산반도 자생식물>등의 사진집을 펴냈다. 이 저력에 힘입어 허 선생은 <부안이야기>의 사진 콘텐츠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지속적 발간의 힘

이번 6월에 펴내는 <부안이야기> 14호는 특집으로 ‘줄포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줄포는 오래 전에 폐항되었지만 지역사회 근대사 형성의 한 줄기를 차지했던 ‘줄포항’이라는 이름으로 그 명성이 자자했다. 허철희 선생이 정리하는 줄포의 땅과 마을 이야기, 줄포 출신의 백산고 국어교사이자 시인인 이용범 선생의 줄포 이야기, 필자가 정리한 1920-30년대 신문기사에 나타난 줄포의 근대사 등으로 줄포를 다시 기억한다. <부안이야기>는 특집 중심으로 ‘새만금갯벌을 가다’, ‘줄포만을 가다’, ‘외변산 속으로’, ‘내변산 속으로’, ‘진서면을 바라보는 시선들’, ‘위도 이야기’ 등을 다루어 왔다.

인구 6만명이 거주하는 작은 농어촌 지역에서 민간이 주도해서 꾸준하게 이만한 잡지를 내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정기적인 잡지 발간에 필요한 필진 구성의 지속성과 확장성, 기획과 화두의 새로운 개척, 사진 이미지의 연계성 등이 뒤따라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재철 선생은 구성원들의 ‘신뢰와 의리’가 갖는 힘이라며 애정과 열정으로 지역과 미래를 보고 순수하게 투자한다고 말한다. <부안이야기>를 만드는 주력세대는 60대를 넘어섰다. 더 젊은 사람들의 영입을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지만 부안에서는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재밌게 읽는다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책을 받아보는 사람들은 군에서 내느냐, 문화원에서 내느냐고 묻기도 한단다. 부안을 알리는 데 요만한 잡지가 없다, 자랑스럽다는 향우들의 반응도 있단다. 어느 촌로는 “우리들이 못하는 걸 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치켜세운단다. 그러나 지역잡지라 해도 어떤 의미만 고집해서는 안될 일, 독자들에게 읽혀져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부안이야기>는 사람들이 재밌다고 한다. 독자이며 동진초 교사인 이민은 선생은 ‘든든한 위로’를 기대하며 <부안이야기> 10호(2014 여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역사는 우리의 손때가 묻고 손에 닿을 듯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관심두는 사람도 없이 소홀하게 다루어 온 것이 현실이다. 이런 지역사를 담아낼 책이나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요구에서 출발한 <부안이야기>가 과거의 지역사를 충실하게 기록할 뿐만 아니라 현재를 정확히 꿰뚫고 미래까지로 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요구일까.”

△비용은 모두 자체 조달

가장 절실한 문제, 발간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까? 모두 자체 조달한다. 13명의 운영위원들이 한달에 5만원씩, 80명의 후원회원들이 한달에 만원씩 낸다. 치과의사협회 등에서 정기적으로 특별회비를 내기도 한다. 이게 자금 형성의 전부다.

총 2000부 발간하는데 제작비와 발송비 등으로 1회에 900만원 가량 쓰인다. 이렇게 자금을 모두 자체 조달하니 관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볼 일이 없단다. 물론 원고료는 지급되지 못한다. 무가지다. 배포는 일간지 배달망을 활용해 부안군민들에게 돌리거나 향우 및 중앙도서관 등에 발송한다. 군민들이 드나드는 의원이나 병원에 비치하기도 한다. <부안이야기>는 읽을 거리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보물단지 화수분이다.

▲ 고길섶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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